안녕하세요, 계란바구니 스튜디오 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제가 가장 감명받았던
자서전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 전에 저의 연휴가 어땠는지 살짝 공유해보도록 할게요.

저는 연휴 동안 서울의 친정과
강원도 시댁을 방문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다음,
동네 카페에서 하루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카페마다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겨우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또 만나면서
제가 성장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성장의 계기는 다름 아닌
"자서전 작성(편집)" 이었는데요,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편집하면서
저희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것 같아요.
우선 부모님 세대가 살아온 시대를
자서전을 통해 상상해 볼 수 있었는데
지금과는 사뭇 다른 시대적 배경에서
여러가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신 분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마음"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많이 느껴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예전엔 잔소리 같고
이해가 안되던 말씀들이,
그분들의 살아온 삶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면서 좀더 새겨듣게 되었달까
아무튼 긍정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명절이었답니다.

'마니광'이라는 법명을 가지고 계신 강 작가님께서는,
자서전 만들기 수업이 운명처럼 느껴지셨다고 해요.
당신의 삶이 참 기구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냈기에
그 과정을 한번쯤은 글로 꼭 남겨보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 날들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복지관에서 문자로 '자서전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심지어 1권을 무료로 만들어준다는 소식을 듣고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하셨더래요.
작가님은 수업시간에도
매번 일찍 오시는 것은 물론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손으로 노트에 꾹꾹 한글자씩 적어서 오셨어요.

작가님이 직접 써오신 자서전 원본의 모습
여담이지만, 마니광 작가님은 제주도 토박이셔서
제주도만의 특별한 문화나 풍습이 담긴 단어들이
글 곳곳에 적혀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편집을 하면서 단어의 뜻을
직접 여쭤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자녀 혹은 손주분들을 위해 해당 내용들을 각주로 남기는 작업을 추가로 했어야했답니다. (작업 하면서도 개인적으로도 매우 재미있었어요~)

자서전 편집본 일부 캡쳐 - 수많은 각주들
작가님은 태어나시자마자 소리 내어서 울지 않아
아이가 죽은 줄 알고 방 한 구석에 두었는데
지나가던 동네 산파가 우연히 아이를 발견하고
거꾸로 매달고 뜨거운 물, 찬물에 번갈아가면서
아이를 씻겨서 겨우 살려내셨다고 해요.
칠 남매 중 셋째였지만 장녀인 탓에
살림밑천으로 여기저기 남의 집에가서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어린시절을 보내기도 하셨다고 해요.
나는 해산물을 전혀 몰라서
해삼 말린 것을 돌멩이라고 생각하고
꽃밭에 가서 버리기도 했었다.
나중에 주인이 그걸 알고
얼마나 야단을 치든지.
지금 생각하니까 웃음이 나온다.
강 작가님 자서전, <어사카난 파도쳐도 바당은 잘있수다> 일부
제주 4.3사건을 겪으면서 가족들이 고생한 것은 물론,
원치 않은 결혼을 하신 뒤에도 시댁과 남편 때문에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어요.
남편은 나이도 속이고,
경제활동도 하지 않은데다
술에 취하시면 작가님을 때리시기도 하고,
교도소에 다녀오시거나 외도를 일삼으시는 등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고 해요.
그 와중에도 경제활동을 하고
식구들을 책임지기 위해서
온갖 농사일과 장사를 하시거나,
목장 운영도 하고,
일본에 건너가서 공장에 취직하시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삶을 위해 노력하시는
멋진 분이셨어요.
이제 빚을 다 갚았으니
더이상 남편과 살기 싫어서
일본에서 사라져 버리려고 마음을 먹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큰 딸이 아이 특유의 초롱초롱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기를
“엄마 언제와?”하기에..
마음을 바꿔서 한국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강 작가님 자서전, <어사카난 파도쳐도 바당은 잘있수다> 일부
고된 시집살이에
가정을 포기하고 싶다가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하나로
계속 버티셨던 작가님은,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에는
집을 떠나 부산의 삼광사에
새롭게 터를 잡으셨어요.

삼광사 모습 (웹페이지 캡쳐)
삼광사에서 공양주로 활동하시면서
부처님을 모시고 스님들을 도와드렸고
이런 내용도 남기고 싶어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한 적도 있으시다고 해요.
지금은 일상생활로 돌아왔지만,
부처님 가피력 덕분에
자녀분들 모두 화목한 가정을 꾸리면서
사는 모습이 항상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래는 제가 가장 감명 받았던
작가님 자서전의 마지막 문단이예요.
오늘은 탑동 바다를 보면서 걸어가는데,
옛날 어렸을 때 보던 바다는 슬프고 외롭기만 했다면
70대에 보는 바다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시원하고 아름다운 바다다.
어제는 비가 많이 와서 산에서 내린 물이
모두 바다에 모이니 흙탕물이 되었는데,
오늘은 어느새 정화가 되어 파랗고 예쁜 바다가 된다.
살아있는 바다는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고 다시 부딪혀서 밀려오는,
신기하고 고마운 바다가 좋다.
바다를 보면 생기가 돈다.
막힌 가슴이 뻥 뚫린 기분.
아침마다 바닷가를 걸으면서
어린시절에 산지물에서 빨래하던 생각이 나는구나.
제주도, 부산 그리고 일본을 떠돌며
힘든 삶 속에서 바다를 보며
눈물을 지었던 과거가 있었는데,
이제는 바다를 보니 살아있는 모습같아서
보기가 좋다 하시는 문장에서
작가님 답게, 고난을 이겨내시고
당신의 삶과 화해하셔서 평온을 찾은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이를 제목에 담아보려고 했어요.
아무리 파도가 쳐도,
바다는 잘 있다
강 작가님 자서전 제목 (메모리얼 편집)
이 문구를 제주어와
시적허용을 활용하여
제목을 멋지게 만들었고,
작가님과 가족분들이
마음에 들어하셨다고 해서
지금까지도 뿌듯하고 뭉클하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강 작가님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편집하면서
그 분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서 가족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보람찼고,
'메모리얼(Memo-Real)'이라는 사업의 당위성을
찾은 느낌까지도 들었습니다.
자서전 및 포토북 제작 : 메모리얼 MemoReal
본인 또는 부모님의 삶을 기록할 수 있는 자서전(에세이북, 포토북), 손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smartstore.naver.com
주변 소중한 분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보세요.
그 과정마저 의미있는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메모리얼이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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